2019년 5월 27일

오늘은 비가 왔다

다시 한 번 덕평 쿠팡 물류센터에 지원했다

어제 피킹 쪽은 허탕을 쳤지만 허브 쪽은 성공하리라 믿고 6시에 집을 나서 가산으로 셔틀을 타러 간다

일단 전날에 출퇴근 체크용 쿠펀치앱이라는 걸 깔고 가입하래서 해뒀다

온다고 해놓고 안 오면 블랙 처리하겠다는 협박 문자가 날아온다

출근 문자 아직 안 한 사람들 블랙 때린다고 협박해서 답장해준다

그렇게 가산 셔틀 버스장에 도착했다

어제 버스를 못 타서 민감해진 상황인데 가산 쪽도 병진 같은 곳이 탑승장이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7시 출발인데 버스가 안 와서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버스가 왔다

버스는 생각보다 텅텅 비어있었고 상하차 팀인데도 젊은 여자들이 많이 타길래 좀 놀랬다

여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보군 하며 버스에서 자면서 갔다

도착하니 내리래서 내렸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만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여긴 거의 80% 이상이 20대다

노가다판에서 아저씨들만 보다가 20대 젊은이들을 보니 생기가 돌았다

그렇게 사람들 가는 곳을 따라 갔더니 1층에서 팀을 분류하는 곳이었다

일단 여기는 안내 시스템이 병진 같이 되어 있다

어디로 가라고도 설명 안 해주고 위아래 팻말을 보고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나는 HUB 팀이니 거기로 갔더니 처음 왔으면 바코드부터 뽑고 오랜다

정말 병진 같은 안내 시스템 첨부터 거기로 가라고 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

그렇게 바코드 뽑고 HUB로 가서 핸드폰과 신분증을 제출하고 카드키를 받는다

그리고 내 개인짐은 옆에 오픈형 박스에 대충 넣어 놓으므로 훔치기 딱 좋으니 절대 귀중품을 들고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분실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응 니사정을 수차례 강조한다

분류가 다 끝나면 신규자들 단체로 끌고 가서 신규자 교육을 받는다

걍 작업 시 조심하시고 물건 훔치다 걸리면 조져버리겠다는 말이다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작업장으로 간다

일단 다시 말하자면 여긴 안내 시스템이 병진이다

뭐 어떻게 쉬고 카드를 어떻게 하고 점심을 어떻게 먹고 저녁을 어떻게 먹는 등 알아들을 수 없게 설명한다

그냥 이딴거 몰라도 때 되면 다 알려주니 그냥 무시하면 된다

그렇게 장갑을 하나씩 지급 받고 드디어 일에 투입이 되는데 여긴 무슨 월드컵 경기장만한 크기가 전부 작업장일 정도로 크다

엄청 길게 지역별로 레일이 나열 돼 있는데 거기서 내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파렛트에 실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레일에서 택배 상자가 나오는데 오전이라 그런가 찔끔찔끔 나온다

이런 정도의 노동력이라면 노가다에 비해서는 100만배는 쉽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기존 직원 2명과 신규 직원 2명씩 짝을 지어서 일을 한다

계속해서 테트리스를 하면 된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은 다들 친절하다

일도 잘 알려주고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

노가다판 인성 쓰레기 아재들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간적인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근데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어 간다

뭐지 왜 뛰는 거지 어떤 뚱뚱이 아줌마는 난 틀렸어 먼저가라고 한다

식당에 가보니 줄이 엄청 길게 서있다

이것은 마치 중학교 때 밥을 일찍 먹겠다고 환장하고 뛰어가던 그 모습과 비슷하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 나온 밥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눌린 완자와 깍두기였다

늦게 갔더니 앉을 자리도 없다

세상에 이딴 썩어빠진 밥은 군대에서 타 부대 파견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인 것 같다

먹다가 버렸다

아참 HUB팀은 왔다갔다 할 때 도난방지기를 지나야하므로 걍 작업에 불필요한 물건은 애초에 가져가면 안 된다

괜히 들어가려다가 삑삑 거리면 관리자 와서 물품 압수 당하고 골치아파진다

립밤 같은 사소한 것들도 반입 불가니 참고하길

그렇게 오후 작업이 시작 됐는데 오후는 오전과는 달리 미친; 물건이 계속 쏟아졌다

오전에는 별거 없었는데 오후되니 갑자기 레일이 미어 터질 정도로 물량이 쏟아졌다

테트리스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다보면 슬슬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쿠팡 자체가 무거운 수하물이 없기 때문에 꽤 쉬운 편이지만 가끔 음료수나 물이나 쌀 같은 무거운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

음료수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 거기 위에 송장에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

XX씨 XX발

사람들이 주문자 이름을 외치며 욕을 박는다

나도 옛날에 물이나 음료수 택배로 많이 시켰는데 이제부터 안 시켜야겠다

그렇게 해도해도 물량이 계속 쏟아져나온다

물건이 쌓여 있으면 한가한 라인에서 도와주러 오기도 한다

그렇게 석식 먹기 전 까지 조져야한다

이미 내 발은 감각이 없다

이 공장의 라인은 쉬지를 않는다

따라서 사람도 쉬면 안 된다

쉬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이고 2팀으로 나눠서 쉰다

저녁은 라면과 빵을 준다

30분 뒤면 퇴근인데 대체 왜 주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드디어 21시가 되면 야간조 사람들이 와서 교대를 한다

일이 끝나자 또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쿠팡 후기글에서 늦게 가면 버스 자리가 없다느니 이런 말을 나도 본 것 같아서 같이 뛴다

뒤에선 아니 왜 뛰어요 뛰지마요 천천히 가요 하는데 무시하고 달린다

가서 퇴근 찍고 핸드폰 받고 짐 챙겨서 밖으로 나가면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ㅅㅂ 버스 아침에 왔던 그대로 텅텅 비어있다

걍 천천히 가도 되니까 뜀박질 하지 말기를

그렇게 다시 가산으로 돌아가는데 밤이라 그런가 30분만에 도착했다

오늘 일의 요점은 09:00~21:00 12시간을 버티는 거다

책상 앞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일당은 다음날 9만 9천원 정도가 들어온다

따지고 보면 시급 9천원으로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주는 정도이다

평가를 해보면 일의 강도는 그렇다쳐도 출퇴근 하는데만 4시간을 잡아먹고 12시간씩이나 버텨야 한다는 게 좀 비효율적인 것 같다

급전이 목적인 사람들은 집 앞 인력사무소에서 바짝 벌고 째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일단 내일은 좀 쉬고 노가다를 다시 갈지 생각을 해보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