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1일

 

준비물 : 기초안전교육증, 신분증, 안전화, 장갑, 각반, 마스크, 팔토시, 갈아입을 옷

 

 

5시 반까지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

 

인력소장한테 처음 왔다고 하니 일 뭐 해본 거 없으면 힘쓰는 거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 가면 데마찌(일이 없어 대기함) 맞고 돌아오기도 한대서 그냥 무작정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인력소 짬 좀 있어 보이는 아저씨랑 둘이 떠나게 됐다

 

이 아저씨는 무뚝뚝하다

 

인력소에서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이다

 

현장까지 버스 타고 전철 타고 간다

 

그렇게 현장 근처에 내려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다먹고 나와 계속 따라가니 건설 현장이 나왔다

 

다른 인력소에서도 사람이 지원을 나왔다

 

인력소끼리는 사람이 부족하면 서로 공유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7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는다

 

나는 그런 거 모르고 그냥 작업복 차림으로 왔다

 

오늘 할 일은 공사가 끝난 곳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정리라고 한다면 자재들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폼이라는 것을 옮겨야 하는데 이 폼이라는 게 무거운 건 20kg 까지도 나간다

 

어디까지나 케바케겠지만 노가다꾼들한테 제대로 된 인성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 왔고 나발이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자재 이름이 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300짜리 여기 놓고 600짜리 저기 놓으랜다

 

ㅅㅂ 모르겠다 그냥 남들 옮기는 거 따라 옮긴다

 

나랑 같이 온 이 아저씨는 마치 작업 반장인 것 마냥 사람들을 지시한다

 

제대로 못하면 ㅈㄹ 한다

 

여긴 사람들 안전 따윈 생각 안 하는 곳이다

 

그냥 하늘에서 철판이 막 떨어진다

 

비키라고도 안 한다 알아서 피해야한다

 

땅에는 못 박힌 나무들이 무수히 많다

 

안전화 안 신으면 그대로 발 뚫린다

 

장갑 같은 거 현장에서 지급 안 해주니까 무조건 챙겨서 와야 한다

 

그리고 각반은 안 해도 되는데 하는 걸 추천한다

 

철근에 바지 걸려 넘어지면 그대로 사망이다

 

반팔 입을 거면 팔토시 하는 걸 추천한다

 

안 하면 팔 다 쓸린다

 

그리고 공사장 먼지 진짜 오진다

 

무조건 황사 마스크 정도는 끼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어째어째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 곳은 제대로 쉴 곳도 없다

 

그냥 공사 현장에 스티로폼 깔고 거기서 잔다

 

그렇게 오후도 똑같이 폼을 날랐다

 

첨엔 별거 아니었는데 계속 나르니 점점 힘이 빠진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아프다

 

시1발 여긴 쉬는 시간도 없다

 

다른 현장에서 온 아저씨가 나의 뒤지겠는 얼굴을 보고 좀 쉬라고 얘기해준다

 

어차피 일 열심히 하나 대충 하나 돈 똑같이 준다고 좀 쉬면서 하랜다

 

하 ㅅㅂ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대신 해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그 반장 아저씨가 오더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왜 쉬고 있냐고 ㅈㄹ 하고 갔다

 

죽탱이 갈기고 싶었다

 

그러고는 내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하면서 이것저것 시켜먹는다

 

가서 물 가져오라고 그러고 참 가져오라고 그러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킨다

 

난 잘 모르니까 열심히 시키는데로 한다

 

그렇게 죽을똥 살똥 버티다 보니 5시에 일이 끝났다

 

돌아갈 때도 버스를 타야한다

 

Jot됐다 지금 온 몸이 흙 투성인데 어떻게 버스를 타고 가지

 

이거 아주 민폐다 무조건 갈아입을 옷 챙겨오기를

 

그렇게 인력사무소로 다시 돌아가면 일당을 준다

 

일당은 12만 5천원

 

환산해보면 최저시급에 약 1.7배에 달하는 돈이다

 

근데 반장 아저씨도 똑같이 12만 5천원을 받았다

 

ㅅㅂ 뭐지? 반장 아님?

 

난 무슨 반장쯤 돼서 더 받는 줄 알았더니 짬이고 나발이고 결국 똑같은 하루살이 근로자였던 것이다

 

어차피 같은 신분인 주제에 나를 그렇게 부려먹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봐야 나만 손해니 그냥 참고 넘어간다

 

인력소장이 내일도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난 돈이 필요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터벅터벅 풀린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얼른 이 Jot 같은 일을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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