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2일

몸이 좀 쑤셨지만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오늘은 가방에 작업복과 기타 장비들을 챙겼다

또 그렇게 5시반까지 인력사무소를 나간다

오늘은 오자마자 어제 같이 했던 반장 아저씨랑 덩치 큰 아저씨랑 셋이 출발했다

아무래도 나는 초보고 젊다보니 이 일을 오래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지, 반장 아저씨는 별로 나와 친해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근처 식당에 도착해 부실하게 아침을 먹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오늘도 공사장이고 바닥에는 폼들이 널부러져있다

더군다나 이 건물은 경사에다 지어 올리고 있었다

반장 아저씨는 나는 신경도 안 쓴다

덩치 아저씨와는 자주 보는 사이인지 이 아저씨한테만 작업 지시를 한다

대충 엿들어 보니 반지하에 있는 폼들을 전부 지상으로 끌어올려 공터에 쌓아야 하는 것 같다

하 느낌이 좋지 않다

거기다 미친 날씨가 아침부터 푹푹 내려찐다

반장 아저씨는 쌓아 올리고 다른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나와 덩치 아저씨 둘이서 폼을 나른다

디질 것 같다

도저히 평지라고는 없다

어제는 5명이서 하던 작업을 2명이서, 그것도 땡볕 경사에서 하라고 하니 그냥 돈이고 나발이고 도망치고 싶었다

오랫동안 책상 앞에서만 살아온 인생이라 체력이 버텨주질 않아 낑낑 대면서 옮기는데 반장 아저씨가 또 뭐라고 한다

이걸 왜 여기다 놓냐 저기다 놔라 너는 이거 하지 말고 저거나 해라 그거 가져와 아 미안 다시 갖다 놔

시1발 그럼 진작에 알려주던가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고 ㅈㄹ만 해대니까 화가 났다

1개씩 들지 말고 2개씩 들어 니가 그렇게 슬렁슬렁 하면 니 몫까지 우리가 해야하는 거야

그러고는 내가 제일 어리니까 물 셔틀을 시키는데 덩치 아저씨만 물 마시고 좀 쉬라면서 챙겨준다

나한테는 말도 안 걸고 쉬란 말도 안 한다

하 똑같은 임금 하루살이 근로자 주제에 옆에서 자꾸 ㅈㄹ 해대고 부려먹기만 하니까 그냥 때려치우고 싸우고 싶었다

아무리 노가다판이 더럽고 막장 인생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이건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싶었다

하지만 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필요한 돈만 챙겨서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오전이 끝나고 아까 그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간다

반장 아저씨는 밥 먹으러 가잔 말도 안 하고 혼자 간다

나는 이 아저씨를 놓쳐서 식당이 어딘지도 모르고 헤맨다

덩치 아저씨가 대신 알려준다

Jot 같지만 참는다

그렇게 밥을 대충 먹고 돌아가 쉬러 간다

대충 그늘진 땅바닥에 누워 쉰다

다시 오후 작업 시작이고 똑같이 무한 반복이다

햇볕은 더 강렬하게 내리 쬐어 살이 타들어 간다

오늘 낮 기온은 33도 정도 된다

미쳤다 이짓거리는 여름에는 절대로 할게 못 된다

더이상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언덕을 수백번 오르락내리락 헐떡거리며 숨 쉬기 바쁘다

먼지가 장난 없이 날린다

마스크를 안 가져와서 그대로 입으로 다 마신다

지금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태양을 정통으로 쳐맞으며 반장 아저씨의 Jot 같은 잔소리를 들으며 꾸역꾸역 폼을 옮긴다

그렇게 드디어 작업이 끝난다

버스 타고 사무소로 돌아와 일당 12만 5천원을 챙긴다

몸살 난 몸뚱이를 이끌고 집으로 간다

시1발 이깟 돈 몇 푼을 벌기 위해서 이렇게 더러운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오늘부로 노가다를 때려치우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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