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30일

다시 한번 덕쿠 HUB를 다녀왔다

인력사무소를 가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나같이 꾸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또 데마를 때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어차피 계속 이렇게 살 것도 아니고 아쉬운 데로 출근이 확실한 쿠팡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되었다

이번에도 가산에서 셔틀을 탔는데 고정 멤버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이제는 도착해서 익숙하게 알아서 출근 찍고 폰 내고 작업장으로 가서 대기한다

시간이 되면 지역별로 배치를 해주고 자기 지역으로 찾아가면 된다

오늘 나와 같이 일 할 파트너는 이곳에서 오래 일한 것 같은 깐깐해 보이는 아줌마다

난 오늘이 두 번째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것저것 시키는 데로 한다

근데 느낌이 좋지 않다

아직 바쁘지도 않은데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걸 보니 뭔가 일에 중독이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일용직 바닥에서 이런 쓸데없이 열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부류의 사람들은 신경이 매우 날카로울 확률이 높다

이전 인력사무소 반장 아저씨를 통해서 이미 그 사실을 확인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실수하니 개ㅈㄹ을 떨기 시작했다

전혀 화를 낼 필요가 없는데 스스로가 바빠 죽겠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정말 하나도 바쁜 것이 없는데 스스로가 바쁜 것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첫날에 같이 했던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반대의 사람이다

둘러봐도 그 어떤 라인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나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서 매우 예민해져 있는 것 같았다

이 바닥은 어제 오늘 사람이 다른 곳이다

매번 친절하게 가르쳐 줄 기력은 없을 것이다

한 번 말해서 못 알아들으면 그냥 죽는다고 보면 된다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은 꼭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마 곧 회사를 가도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진 않을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보다 일단 목이 말라죽을 것만 같았다

첫날에는 운 좋게 옆에 정수기가 있었지만 라인마다 정수기가 있는 게 아니었다

진짜 목이 너무 타들어가는데 도저히 눈치 보여서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무조건 무조건 물통을 챙겨야 한다

쉬는 시간에 뛰어가서 물을 환장하고 마셨다

그렇게 오전이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역시나 기대해서는 안 될 퀄리티의 식단이 나와주신다

대충 먹고 쉬다가 다시 오후 작업 시작이다

역시나 오후가 되니 물량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도 슬슬 이 작업에 익숙해져 갔다

오후에는 알려준 데로 척척 완벽하게 일처리를 잘했다

그러니 더 이상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내가 볼 땐 일을 할 때만 돌변하는 타입인 거지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일이 빠르면 2명이서 해도 한가해지고 느릿느릿하면 5명이 붙어도 물건이 넘쳐흐른다

하지만 매일 새로운 사람이 오는데 그걸 언제 다 가르치고 있을까

가르치는 직원들도 지칠 터인데 쿠팡 쪽에서 신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훈훈하게 일이 잘 마감이 됐다

첫날보다는 다리가 덜 아팠으나 여전히 몸살 조짐이 보였다

몇 번 더 뛰어야 몸이 적응할 것 같다

매일 나갈 체력만 있다면 목돈 모으는 데는 꽤 짭짤한 수익원이다

무엇보다 이 일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잘 간다

무거운 것도 없으니 일반 택배 상하차 같은 것에 비해서는 훨씬 손쉽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여기 한 번 다녀올 때마다 몸무게가 1.5kg씩 빠진다

다이어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며칠만 여기 다녀오면 살도 빼고 돈도 벌고 참 괜찮을 것 같다

몸살 기운이 빠지면 또 출근해야겠다

 

 

 

 

비가 오고 나니 날씨가 풀렸다

하루 쉬었더니 쿠팡에서의 근육통이 회복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급전을 모으기엔 노가다로 짧고 굵게 단타로 치고 빠지는 전략이 그럴싸해보인다

어차피 일정량의 돈만 모이면 취직 준비를 하러 떠날 테니까

고로 얼른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노가다를 꾸준히 뛰어놔야 한다

5시에 일어나서 짐을 챙겨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근데 한편으로는 달랑 이틀 나가고 일주일 잠수 탄 나를 인력소장이 과연 좋게 봐줄지가 의문이었다

도착하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대기 중이었다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느낌이 좋지 않다

날 부려먹었던 반장 아저씨도 왔다

인사하니 누구였드라? 아 잠수타고 튄 줄 알았는데 웬일이야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그리고는 한참 기다렸더니 반장 아저씨를 선두로 대기중이던 고정멤버와 신규멤버들이 우르르 따라나갔다

속으로 아싸 드디어 저 아재랑 같이 일 안한다 하고 좋아했다

근데 다 나가고 나니 사무소에 나 혼자 남았다

인력소장이 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더니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줄 테니 오늘은 일이 없다고 돌아가라고 했다

처음으로 데마를 맞는 날이었다

나 같은 애들은 며칠 나오고 안 나올 수 있으니 역시 꾸준히 나오는 고정멤버를 먼저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피곤해도 5시부터 나와서 대기했는데 그냥 돌아가라고 하니 이렇게 허탈할 수가 없다

그렇게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내일도 다시 한 번 가보겠지만 만약 내일도 데마를 맞는다면 나는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계속 여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19년 5월 27일

오늘은 비가 왔다

다시 한 번 덕평 쿠팡 물류센터에 지원했다

어제 피킹 쪽은 허탕을 쳤지만 허브 쪽은 성공하리라 믿고 6시에 집을 나서 가산으로 셔틀을 타러 간다

일단 전날에 출퇴근 체크용 쿠펀치앱이라는 걸 깔고 가입하래서 해뒀다

온다고 해놓고 안 오면 블랙 처리하겠다는 협박 문자가 날아온다

출근 문자 아직 안 한 사람들 블랙 때린다고 협박해서 답장해준다

그렇게 가산 셔틀 버스장에 도착했다

어제 버스를 못 타서 민감해진 상황인데 가산 쪽도 병진 같은 곳이 탑승장이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7시 출발인데 버스가 안 와서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버스가 왔다

버스는 생각보다 텅텅 비어있었고 상하차 팀인데도 젊은 여자들이 많이 타길래 좀 놀랬다

여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보군 하며 버스에서 자면서 갔다

도착하니 내리래서 내렸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만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여긴 거의 80% 이상이 20대다

노가다판에서 아저씨들만 보다가 20대 젊은이들을 보니 생기가 돌았다

그렇게 사람들 가는 곳을 따라 갔더니 1층에서 팀을 분류하는 곳이었다

일단 여기는 안내 시스템이 병진 같이 되어 있다

어디로 가라고도 설명 안 해주고 위아래 팻말을 보고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나는 HUB 팀이니 거기로 갔더니 처음 왔으면 바코드부터 뽑고 오랜다

정말 병진 같은 안내 시스템 첨부터 거기로 가라고 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

그렇게 바코드 뽑고 HUB로 가서 핸드폰과 신분증을 제출하고 카드키를 받는다

그리고 내 개인짐은 옆에 오픈형 박스에 대충 넣어 놓으므로 훔치기 딱 좋으니 절대 귀중품을 들고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분실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응 니사정을 수차례 강조한다

분류가 다 끝나면 신규자들 단체로 끌고 가서 신규자 교육을 받는다

걍 작업 시 조심하시고 물건 훔치다 걸리면 조져버리겠다는 말이다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작업장으로 간다

일단 다시 말하자면 여긴 안내 시스템이 병진이다

뭐 어떻게 쉬고 카드를 어떻게 하고 점심을 어떻게 먹고 저녁을 어떻게 먹는 등 알아들을 수 없게 설명한다

그냥 이딴거 몰라도 때 되면 다 알려주니 그냥 무시하면 된다

그렇게 장갑을 하나씩 지급 받고 드디어 일에 투입이 되는데 여긴 무슨 월드컵 경기장만한 크기가 전부 작업장일 정도로 크다

엄청 길게 지역별로 레일이 나열 돼 있는데 거기서 내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파렛트에 실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레일에서 택배 상자가 나오는데 오전이라 그런가 찔끔찔끔 나온다

이런 정도의 노동력이라면 노가다에 비해서는 100만배는 쉽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기존 직원 2명과 신규 직원 2명씩 짝을 지어서 일을 한다

계속해서 테트리스를 하면 된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은 다들 친절하다

일도 잘 알려주고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

노가다판 인성 쓰레기 아재들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간적인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근데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어 간다

뭐지 왜 뛰는 거지 어떤 뚱뚱이 아줌마는 난 틀렸어 먼저가라고 한다

식당에 가보니 줄이 엄청 길게 서있다

이것은 마치 중학교 때 밥을 일찍 먹겠다고 환장하고 뛰어가던 그 모습과 비슷하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 나온 밥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눌린 완자와 깍두기였다

늦게 갔더니 앉을 자리도 없다

세상에 이딴 썩어빠진 밥은 군대에서 타 부대 파견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인 것 같다

먹다가 버렸다

아참 HUB팀은 왔다갔다 할 때 도난방지기를 지나야하므로 걍 작업에 불필요한 물건은 애초에 가져가면 안 된다

괜히 들어가려다가 삑삑 거리면 관리자 와서 물품 압수 당하고 골치아파진다

립밤 같은 사소한 것들도 반입 불가니 참고하길

그렇게 오후 작업이 시작 됐는데 오후는 오전과는 달리 미친; 물건이 계속 쏟아졌다

오전에는 별거 없었는데 오후되니 갑자기 레일이 미어 터질 정도로 물량이 쏟아졌다

테트리스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다보면 슬슬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쿠팡 자체가 무거운 수하물이 없기 때문에 꽤 쉬운 편이지만 가끔 음료수나 물이나 쌀 같은 무거운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

음료수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 거기 위에 송장에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

XX씨 XX발

사람들이 주문자 이름을 외치며 욕을 박는다

나도 옛날에 물이나 음료수 택배로 많이 시켰는데 이제부터 안 시켜야겠다

그렇게 해도해도 물량이 계속 쏟아져나온다

물건이 쌓여 있으면 한가한 라인에서 도와주러 오기도 한다

그렇게 석식 먹기 전 까지 조져야한다

이미 내 발은 감각이 없다

이 공장의 라인은 쉬지를 않는다

따라서 사람도 쉬면 안 된다

쉬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이고 2팀으로 나눠서 쉰다

저녁은 라면과 빵을 준다

30분 뒤면 퇴근인데 대체 왜 주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드디어 21시가 되면 야간조 사람들이 와서 교대를 한다

일이 끝나자 또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쿠팡 후기글에서 늦게 가면 버스 자리가 없다느니 이런 말을 나도 본 것 같아서 같이 뛴다

뒤에선 아니 왜 뛰어요 뛰지마요 천천히 가요 하는데 무시하고 달린다

가서 퇴근 찍고 핸드폰 받고 짐 챙겨서 밖으로 나가면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ㅅㅂ 버스 아침에 왔던 그대로 텅텅 비어있다

걍 천천히 가도 되니까 뜀박질 하지 말기를

그렇게 다시 가산으로 돌아가는데 밤이라 그런가 30분만에 도착했다

오늘 일의 요점은 09:00~21:00 12시간을 버티는 거다

책상 앞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일당은 다음날 9만 9천원 정도가 들어온다

따지고 보면 시급 9천원으로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주는 정도이다

평가를 해보면 일의 강도는 그렇다쳐도 출퇴근 하는데만 4시간을 잡아먹고 12시간씩이나 버텨야 한다는 게 좀 비효율적인 것 같다

급전이 목적인 사람들은 집 앞 인력사무소에서 바짝 벌고 째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일단 내일은 좀 쉬고 노가다를 다시 갈지 생각을 해보자

 

 

 

 

 

2019년 5월 26일

Jot 같은 노가다를 뛰고 나서 몸살이 났다

무엇보다 몸이 힘든 것 보단 살인적인 더위에 더 이상 노가다를 뛸 수 없다

그렇게 다른 일을 찾던 도중 쿠팡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택배 상하차는 지옥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쿠팡 상하차는 할만하다고 들었기에 여기에 지원해본다

쿠팡은 여러 지점이 있지만 덕평 센터가 가장 크고 사람도 항시 뽑는다

하지만 덕평 센터는 경기도 이천에 있다

서울 사는 사람은 저기까지 가는데만 2시간이 걸린다

시급은 최저시급이다

허나 일당으로 지급하는 업종이 별로 없으니 그냥 한다

물류센터에서도 분야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대충 잘은 모르지만 포장하거나 진열하거나 상하차하거나 하는 듯 하다

상하차를 지원했더니 일요일은 안 한대서 피킹이라는 것으로 지원한다

조출조, 오전조, 석간조, 오후조, 야간조 등등 시간대별로 팀이 다양하게 나뉘어져있다

처음 가는 초보는 9:00~18:00 오전조만 지원할 수 있다

그렇게 지원하고 담날 7:30까지 사당역으로 버스를 타러 간다

근데 버스가 없다

일요일에 등산 가는 관광버스만 주르륵 줄을 서있다

내가 위치를 잘못 봤나 여러 번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여기가 맞는데 도저히 버스가 오질 않는다

쿠팡에다가 버스가 안 온다고 연락했다

쿠팡은 그럴리가 없다는 말만 한다

나는 정확히 쿠팡에서 보내준 지도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벌써 출발 시간을 넘었다

쿠팡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그럴리가 없다는 말만 한다

아마 관광버스가 너무 많아서 쿠팡 버스는 다른 곳에서 대기하지 않았을까란다

미친놈들아 그럼 처음 가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찾아가라는 거냐?

그렇게 사과 한마디 없이 다음에 지원하라고 하고 끊었다

그렇게 아침 6시부터 부지런히 나왔으나 아무 소득도 없이 허탕만 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시급이 쎈 상하차 팀으로 가야겠다

 

 

 

 

2019년 5월 22일

몸이 좀 쑤셨지만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오늘은 가방에 작업복과 기타 장비들을 챙겼다

또 그렇게 5시반까지 인력사무소를 나간다

오늘은 오자마자 어제 같이 했던 반장 아저씨랑 덩치 큰 아저씨랑 셋이 출발했다

아무래도 나는 초보고 젊다보니 이 일을 오래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지, 반장 아저씨는 별로 나와 친해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근처 식당에 도착해 부실하게 아침을 먹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오늘도 공사장이고 바닥에는 폼들이 널부러져있다

더군다나 이 건물은 경사에다 지어 올리고 있었다

반장 아저씨는 나는 신경도 안 쓴다

덩치 아저씨와는 자주 보는 사이인지 이 아저씨한테만 작업 지시를 한다

대충 엿들어 보니 반지하에 있는 폼들을 전부 지상으로 끌어올려 공터에 쌓아야 하는 것 같다

하 느낌이 좋지 않다

거기다 미친 날씨가 아침부터 푹푹 내려찐다

반장 아저씨는 쌓아 올리고 다른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나와 덩치 아저씨 둘이서 폼을 나른다

디질 것 같다

도저히 평지라고는 없다

어제는 5명이서 하던 작업을 2명이서, 그것도 땡볕 경사에서 하라고 하니 그냥 돈이고 나발이고 도망치고 싶었다

오랫동안 책상 앞에서만 살아온 인생이라 체력이 버텨주질 않아 낑낑 대면서 옮기는데 반장 아저씨가 또 뭐라고 한다

이걸 왜 여기다 놓냐 저기다 놔라 너는 이거 하지 말고 저거나 해라 그거 가져와 아 미안 다시 갖다 놔

시1발 그럼 진작에 알려주던가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고 ㅈㄹ만 해대니까 화가 났다

1개씩 들지 말고 2개씩 들어 니가 그렇게 슬렁슬렁 하면 니 몫까지 우리가 해야하는 거야

그러고는 내가 제일 어리니까 물 셔틀을 시키는데 덩치 아저씨만 물 마시고 좀 쉬라면서 챙겨준다

나한테는 말도 안 걸고 쉬란 말도 안 한다

하 똑같은 임금 하루살이 근로자 주제에 옆에서 자꾸 ㅈㄹ 해대고 부려먹기만 하니까 그냥 때려치우고 싸우고 싶었다

아무리 노가다판이 더럽고 막장 인생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이건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싶었다

하지만 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필요한 돈만 챙겨서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오전이 끝나고 아까 그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간다

반장 아저씨는 밥 먹으러 가잔 말도 안 하고 혼자 간다

나는 이 아저씨를 놓쳐서 식당이 어딘지도 모르고 헤맨다

덩치 아저씨가 대신 알려준다

Jot 같지만 참는다

그렇게 밥을 대충 먹고 돌아가 쉬러 간다

대충 그늘진 땅바닥에 누워 쉰다

다시 오후 작업 시작이고 똑같이 무한 반복이다

햇볕은 더 강렬하게 내리 쬐어 살이 타들어 간다

오늘 낮 기온은 33도 정도 된다

미쳤다 이짓거리는 여름에는 절대로 할게 못 된다

더이상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언덕을 수백번 오르락내리락 헐떡거리며 숨 쉬기 바쁘다

먼지가 장난 없이 날린다

마스크를 안 가져와서 그대로 입으로 다 마신다

지금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태양을 정통으로 쳐맞으며 반장 아저씨의 Jot 같은 잔소리를 들으며 꾸역꾸역 폼을 옮긴다

그렇게 드디어 작업이 끝난다

버스 타고 사무소로 돌아와 일당 12만 5천원을 챙긴다

몸살 난 몸뚱이를 이끌고 집으로 간다

시1발 이깟 돈 몇 푼을 벌기 위해서 이렇게 더러운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오늘부로 노가다를 때려치우기로 결심한다

 

 

 

 

2019년 5월 21일

 

준비물 : 기초안전교육증, 신분증, 안전화, 장갑, 각반, 마스크, 팔토시, 갈아입을 옷

 

 

5시 반까지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

 

인력소장한테 처음 왔다고 하니 일 뭐 해본 거 없으면 힘쓰는 거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 가면 데마찌(일이 없어 대기함) 맞고 돌아오기도 한대서 그냥 무작정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인력소 짬 좀 있어 보이는 아저씨랑 둘이 떠나게 됐다

 

이 아저씨는 무뚝뚝하다

 

인력소에서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이다

 

현장까지 버스 타고 전철 타고 간다

 

그렇게 현장 근처에 내려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다먹고 나와 계속 따라가니 건설 현장이 나왔다

 

다른 인력소에서도 사람이 지원을 나왔다

 

인력소끼리는 사람이 부족하면 서로 공유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7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는다

 

나는 그런 거 모르고 그냥 작업복 차림으로 왔다

 

오늘 할 일은 공사가 끝난 곳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정리라고 한다면 자재들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폼이라는 것을 옮겨야 하는데 이 폼이라는 게 무거운 건 20kg 까지도 나간다

 

어디까지나 케바케겠지만 노가다꾼들한테 제대로 된 인성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 왔고 나발이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자재 이름이 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300짜리 여기 놓고 600짜리 저기 놓으랜다

 

ㅅㅂ 모르겠다 그냥 남들 옮기는 거 따라 옮긴다

 

나랑 같이 온 이 아저씨는 마치 작업 반장인 것 마냥 사람들을 지시한다

 

제대로 못하면 ㅈㄹ 한다

 

여긴 사람들 안전 따윈 생각 안 하는 곳이다

 

그냥 하늘에서 철판이 막 떨어진다

 

비키라고도 안 한다 알아서 피해야한다

 

땅에는 못 박힌 나무들이 무수히 많다

 

안전화 안 신으면 그대로 발 뚫린다

 

장갑 같은 거 현장에서 지급 안 해주니까 무조건 챙겨서 와야 한다

 

그리고 각반은 안 해도 되는데 하는 걸 추천한다

 

철근에 바지 걸려 넘어지면 그대로 사망이다

 

반팔 입을 거면 팔토시 하는 걸 추천한다

 

안 하면 팔 다 쓸린다

 

그리고 공사장 먼지 진짜 오진다

 

무조건 황사 마스크 정도는 끼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어째어째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 곳은 제대로 쉴 곳도 없다

 

그냥 공사 현장에 스티로폼 깔고 거기서 잔다

 

그렇게 오후도 똑같이 폼을 날랐다

 

첨엔 별거 아니었는데 계속 나르니 점점 힘이 빠진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아프다

 

시1발 여긴 쉬는 시간도 없다

 

다른 현장에서 온 아저씨가 나의 뒤지겠는 얼굴을 보고 좀 쉬라고 얘기해준다

 

어차피 일 열심히 하나 대충 하나 돈 똑같이 준다고 좀 쉬면서 하랜다

 

하 ㅅㅂ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대신 해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그 반장 아저씨가 오더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왜 쉬고 있냐고 ㅈㄹ 하고 갔다

 

죽탱이 갈기고 싶었다

 

그러고는 내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하면서 이것저것 시켜먹는다

 

가서 물 가져오라고 그러고 참 가져오라고 그러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킨다

 

난 잘 모르니까 열심히 시키는데로 한다

 

그렇게 죽을똥 살똥 버티다 보니 5시에 일이 끝났다

 

돌아갈 때도 버스를 타야한다

 

Jot됐다 지금 온 몸이 흙 투성인데 어떻게 버스를 타고 가지

 

이거 아주 민폐다 무조건 갈아입을 옷 챙겨오기를

 

그렇게 인력사무소로 다시 돌아가면 일당을 준다

 

일당은 12만 5천원

 

환산해보면 최저시급에 약 1.7배에 달하는 돈이다

 

근데 반장 아저씨도 똑같이 12만 5천원을 받았다

 

ㅅㅂ 뭐지? 반장 아님?

 

난 무슨 반장쯤 돼서 더 받는 줄 알았더니 짬이고 나발이고 결국 똑같은 하루살이 근로자였던 것이다

 

어차피 같은 신분인 주제에 나를 그렇게 부려먹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봐야 나만 손해니 그냥 참고 넘어간다

 

인력소장이 내일도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난 돈이 필요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터벅터벅 풀린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얼른 이 Jot 같은 일을 그만하고 싶다

 

 

 

 

2019년 5월 20일 월요일

 

29살 공무원 시험에 실패한 내 인생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생각해봐도 급전을 땡기기엔 노가다만 한 게 없었다

 

대충 인터넷을 뒤적거려 정보를 찾는다

 

노가다를 뛰려면 기초안전교육이라는 게 필요한가 보다

 

이게 없으면 인력사무소에서 빠꾸 먹는다고 한다

 

교육장을 예약하고 들으러 간다

 

수강료는 5만원인데 장기실업자는 무료다

 

장기실업자는 고용보험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

 

나는 운 좋게도 22살 때 노가다를 뛰었는데 그때 고용보험을 들었었다

 

근데 아뿔싸 실수로 서류를 잘못 가져갔지만 거기 가면 다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암튼 그렇게 4시간 동안 지루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수업 내용은.... 결국 안전장비 잘 착용하시고 조심하세요

 

저 말을 4시간 동안 풀어서 설명한다

 

그러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증이 나온다

 

교육증에 박을 사진은 캠코더급 화질로 즉석에서 찍는데 무보정에 뻑킹스러우니 최대한 깔끔하게 하고 가길 바란다

 

이제 교육증이 나왔으니 내일부터 노가다를 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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